23.5.20. 01:04:02 ~ 23.5.20. 19:39:47
약 18시간 30분 진행
포스팅이 많이 늦긴 했다.
작년 3월 불수사도북 완주를 하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와중에
친구가 솔로 화대종주를 4월에 완주하는 것을 보고 왠지 모를 용기가 생겨
나 또한 솔로 화대종주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네비 입력지 : 화엄사 주차장
코스 : 화엄사 - 무넹기 - 노고단 대피소 - 피아골 삼거리 - 삼도봉 - 토끼봉 - 연하천 대피소 - 벽소령 대피소 - 세석 대피소 - 장터목 대피소 - 천왕봉 - 중봉 - 치밭목 대피소 - 용수동 삼거리 - 용수동 - 대원사

산행거리 : 48km
산행시간 : 휴식시간 포함 18:30
운동열량 : 5,879KCAL (애플워치 기준 / 중간 2시간 정도 배터리 충전으로 측정 중단한 값)
난이도 : 5 / 5

집에서 떠나기 전 간단히 짐 체크를 해본다.
저 중에 남은건 버거킹 버거 1개뿐
나머지 음식들은 이동하며 행동식으로 다 먹어버렸고
저중에 제일 기억이 남는 음식은 소풍 미숫가루였다.
종주 중 샘터가 많아 물만 넣어 이동 중에 먹으면 소화도 잘되고 든든해서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또 포카리 분말 또한 500미리 통에 넣어 샘터 방문시마다 만들어 마시니 그 또한 도움이 됐다.

친구의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k0510) 화대종주 게시글 내용 중 타임테이블 및 급수포인트.
이 스크린샷을 기준으로 급수일정과 급수량을 체크하는데 굉장히 유용하게 쓰였다.


화엄사 주차장 도착 직전 김밥 1줄, 도착 후 레드불 한 캔을 마시고 새벽 1시 출발

화엄사에서 인증
신나면서, 긴장되기도 하고
종주의 시작은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저 문의 오른쪽 끝으로 가면 종주수첩 첫 스템프가 나온다.
나는 들뜬 맘에 시작 스템프를 찍지도 않고 종주를 시작한 바람에
종주 끝내고 한 달 뒤쯤 다시 화엄사를 방문해 첫 도장을 마지막으로 찍고
구례군청에 직접 방문해 완주 인증서와 메달을 수령했다.


스템프 찍고 오른쪽으로 돌아 길 따라가면 탐방로 입구가 보인다.
먼저 종주를 다녀온 산우들 말로 노고단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힘들다 해서 긴장하며 올라갔지만
페이스 조절을 하며 올라가서 그런지 엄청 힘들지는 않았다.

02:20 중재 도착
노고단까지 3km 남았다.
노고단에 도착할 때까지 사람을 앞뒤로 딱 1명씩, 총 2명만 만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통제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참
무서울법도 한데 들뜬맘에 신만 났었다.

접선대 - 코재 - 무넹기 까지의 코스가 경사가 높아 땀 좀 꽤나 흘렸다.

무넹기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는 거의 평지에 가까운 길인데
성삼재에서 올라오는 엄청난 인파가 합쳐져 매우 신기했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두 번째 스템프를 처음으로 찍게 됐다. (오전 03:22)
이때 화엄사 스템프를 못 찍은 걸 알게 됐고
두번째 방문이 필수라는 사실에 절망을 했으나
그래도 시작점이기에 종주 마치고 운전으로만 이동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마음을 가졌다.
첫 휴식 겸 초코바와 소세지로 보급을 하고 이동을 했다.

노고단 고개(오전 03:48)
다른 등산객이 올린 사진으로만 보던 장소를 실제로 방문하게 돼서 신기했다.
사실 이 종주가 지리산 천왕봉 첫 방문 등산이었다.
첫 방문 초행길 종주였지만 워낙에 유명한 코스라 그런지 사람들이 얼마나 바글바글 하던지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었고
앞뒤로 사람이 가득해 속도내기가 정말 어려웠다.

임걸령 도착(오전 04:32)
BAC 종주 인증지이다.

삼도봉(오전 05:13)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다들 사진 찍는다고 난리가 나서
저 포인트 사진만 찍는데 5분 이상 소요된 듯..
해가 뜨니 너무너무 졸려서 삼도봉 지나 30여분 가던 길에 평탄한 바위가 있어
가방 베고 누워 약 20여분 꿀잠을 잤다.
햇볕이 따뜻해서 엄청난 체력보충을 하고 상콤한 기분으로 다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종주 중 휴식이 매우 중요한걸 다시금 깨닫게 됐다.

오전 06:05 햄버거 보급
미니와퍼라 사이즈가 굉장히 작아 보이네...;;
맛은 말해뭐해
등산 5시간 만에 탄수화물 섭취라 뽕맞은 기분이었다.


연하천 대피소 도착(오전 07:06)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앉을 곳이 없어 계단에 잠시 기대 휴식하고 바로 출발

사진 시간보니 07:11
5분정도 쉬었나 보다
천왕봉까지 앞으로 15km.

진달래인지 철쭉인지
지금은 기억 안 나지만 그냥 멋져서 찍었나 보다.
아님 저 끝 어딘가가 천왕봉인가 해서 찍었나.
어제일도 기억 못 하는데 8달 전이라 기억이 날 리가 없다.

노고단에서 온 지 벌써 12.6km(오전 07:56, 총 거리 22km)


벽소령 대피소 도착(08:50)
선글라스가 가려주니 좀 볼만한 얼굴이다.
역시나 사람은 바글바글
여기 급수대에서 소풍 미숫가루 한포 섞어먹고 출발했다.

다음목적지는 세석 대피소. (오전 09:09)
벽소령에서 약 6km 정도 거리다.

세석대피소 도착 직전 영신봉(오전 11:13)
뷰는 뭐 없다.

세석대피소 도착(오전 11:23)
중년의 아주머니께서 사진을 부탁해서 찍어드리니 나도 찍어주신다 해서 별 기대 없이 찍은 사진인데
굉장히 맘에 든다.
이때 많이 지치고 배고파서 사진 생각이 없었는데 후회할 뻔


대피소에서 햇반을 구매해 챙겨온 고추참치와 비벼먹었다.
이날 이게 도대체 왜 그리 맛이 없던지
평상시에 즐겨 먹는 음식이라 굉장히 기대했지만 실망이 컸다.
가방 밑에 얼음물과 함께 온 몬스터로 카페인 충전 든든히 하고
오전 11:57 출발

약 30km 정도 왔고, 앞으로 18km 정도 남은 세석에서의 출발 (오전 11:57)

협곡이 장관일세

줄줄이 사탕으로 다 같이 종주 중
성중종주, 화대종주, 뭐 이래저래 짬뽕으로 동행

장터목 도착(오후 13:24)
그전까지는 할만했는데, 이때부터 슬슬 힘이 빠지기 시작
대피소 샘터에서 상의탈의하시고 거의 목욕을 하시는 분이 계셔서 물 뜨기도 좀 찝찝하고 기분이 영 별로였다.
세수 간단히 하고, 물 뜨고 바로 출발
세수하는데 입술에서 짠맛이 정말 엄청났다.

저 끝 봉우리가 천왕봉이다.
화대종주로 첫 천왕봉을 만나게 될 줄이야.

드디어 천왕동 도착(오후 14:25)
오는 와중에도 그렇게 사람이 많았는데 여기라고 뭐 다를 거 있겠나.
짐작건대 약 150-200명 가까이 있었나 보다.
정상석하고 함께 사진 찍다가 하산 못할 각이어서 대충 셀카 찍고 바로 하산을 마음먹었다.

천왕봉에서 보급
기압차 때문에 봉투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신기한 경험

목적지인 대원사 이정표가 드디어 보이기 시작한다.(오후 14:45)
치밭까지 4km 남았다.
천왕봉에서 하산할 때부터 드디어 다리가 고장 나기 시작했다.
무릎, 고관절 통증이 점점점 더더더더더 올라온다.
뿌리는 파스로 근근이 버티며 진행

수술이 아래로 향하고 잎만 위로 솟는 신기한 꽃
이름 궁금하다.
포스팅하면서 찾아보니 네이버에서 얼레지라는 꽃이라고 한다.
뭐 그렇다고 한다.

중봉(오후 15:14)
분명 하산길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오르막내리막이 심한지
아 진짜 욕 나오는 구간
저 때 약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부부를 뵀는데
화중종주 하는 사람들은 중봉방향으로 오지 않기에
화대종주중이냐고 여쭤보니 그렇다 하셔서 대화를 하다 보니
뭐 J3인가 지리산 3대 종주를 100km 이상 하시는 분이라고..
태극종주도 하시고 2박 3일 잠도 안 자고 종주도 하신다고..
더 충격적인 건 부부 중 여성분은 키가 160도 안돼보였다는 것.
더더 충격인 건 하산은 나보다 더 빠르게 가서 난 빽점이 됐다는 것.
사실 천왕봉을 찍고 종주를 거의 마쳤다는 생각에 우쭐해 있었는데.
산행은 항상 겸손을 일깨워 준다.


써리봉(오후 14:00)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하산이라고 맘놓다가 뒷통수 씨게 맞은 구간
저저저 국립공원 난이도 검은색띠 인정합니다

치밭목 대피소 도착(오후 16:38)
누군가 그러더라
화대종주는 천왕봉부터 시작,
치밭부터 시작이라고.
저때까진 웃고 있네.
누군가 한 그 말이 진짜더라.

대원사 주차장까지 10km
이때부터 지옥이 시작된다.
무릎, 고관절 완전 고장
성공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 시작
의문이 들어도 뭐 방법이 없다.
일단 간다.

반년 넘게 지났지만 이사진은 기억난다.
뿌리는 파스도 완전 동나고
다리를 질질 끌면서, 극한의 고통으로 도저히 못가겠다하고
입으로는 욕을 하면서 평지가 나와 반 포기마음으로 벌러덩 누워 한참을 짜증을 삭히는 순간
치밭에서 대원사 가는 길목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며 도대체 이게 하산길이 맞나 의문이 들기도 하고
이때 시간이 오후 17:42
해가 슬슬 지기 시작하면서
폰도 안 터지는 구간이라 겁이 나기도 했다.
짜증 내고 답답해해 봐야 시간만 흐르고
119를 불러 헬기를 띄울 수도 없고
방법이 없는 걸 깨닫고 답답하지만 다시 출발해 본다.

유평마을 도착 (18:53)
해가 거의 지기 직전이다.
사람 사는 동네가 보이니 조금 안도감이 돌았다.


드디어 종주의 끝 대원사 일주문 도착(오후 19:23)
역시나 얼굴은 초췌함이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출발 이후 18시간 20분 만에 도착했다.
혼자서 이런저런 생각도 많았고, 힘들기도 정말 많이 힘들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이 역시 엄청났다.
다시는, 정말 다시는 종주를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지만
끝내고 한 달여 지났을까,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또 하고 있었다.
역시나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앞으로 설악대종주만 마치면
대한민국 3대 종주인가 뭔가는 마치는 듯하다.

내 서재 한켠에 고생한 기념 잘 모셔놓는 중

종주하며 얼마나 스틱이 고생을 했는지 다 휘어버리고 찌그러져서 아쉽지만 이별을 했다.
정이 많이 들었는데, 잊지 못할것 같다.
'등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덕유산 육구종주 (전북 무주) 100대 명산-12(향적봉) / 등린이의 생애 첫 종주산행기 (0) | 2022.08.28 |
---|---|
대둔산 마천대 (전북 완주) 100대 명산-11 (0) | 2022.06.05 |
계룡산 관음봉 (충남 계룡) 100대 명산-10 / 동학사 주차장 저렴하게 이용, 입장료 없이 등산하는 꿀팁 (0) | 2022.06.01 |
설악산 대청봉 일출산행 (강원 인제) 100대 명산-9 / 5월 일출시각 / 설악산 최단코스 (2) | 2022.05.29 |
모악산 (전북 완주) 100대 명산-8 (0) | 2022.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