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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

15년동안 하루 2갑씩 담배를 피우던 내가 금연을 한 이유 -3

금연에 대한 막연한 욕구와 얕은 의지를 보완하기 위해 이것저것 생각을 하게 됐는데,

안 좋은 점에 대해 나열을 하고 자꾸 상기시키려 노력을 했다.

 

 

 

- 시험이나 평가, 기타 특별한 일이 있어 긴장감을 풀어줘야 할 때 담배를 피우게 된다. 아니 피워야만 한다.

 만약 시간이 촉박한 관계에서 담배를 피지 못하고 일을 진행하면 오히려 짜증이 나거나 시간이 길게 지체된다면 불안해진다거나 담배에 대한 욕구로 일을 해내기가 어려워진다. 이 과정이 반복되며 긴장을 푸는 것이 아니고 담배에 끌려 다니는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주도적으로 담배를 피우거나 안 피게 되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 담배를 넣는 주머니 구석엔 항상 담배잎 부스러기가 꼭 모이게 된다. 조금 습한 날이거나 깔끔한 복장을 입는 날이면 굉장히 찝찝하기 그지없다. 

 

- 담배꽁초가 버리기가 애매한곳에서 담뱃갑에 꽁초를 다시 넣게 되면 담배 특유의 쩐내가 온 담뱃갑 안을 지배하게 된다. 내가 이 똥 같은 냄새를 입으로 넣고 있다고..?

 

- 겨울옷, 특히 코트나 패딩 같은 경우는 자주 빨래하지 못해 한철을 입게 되는데, 담배 연기가 축적돼 옷에서 담배냄새가 섬유 깊숙이 베이게 된다. 조금 습한 날이면 내가 흡연자라는걸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을 거다.

 

- 담배는 분명 기호식품이라고 얘기하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꼭 주기 마련이다. 흡연자들도 내가피우는 담배가 아닌 다른사람이 피는 담배 연기와 냄새는 싫어한다. 함께 있는 사람이 비흡연자이고 같이 이동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식사 후 한 까치, 휴식시 한까치 태울 시간만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되고, 함께 있으면 연기를 안 맡게끔 배려하는 과정도 썩 좋은 과정은 아닌듯하다. 

 

- 흡연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이 증가될수록 점점 구석으로 몰리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도 저 멀리 구석에서만 피워야 하고, 공항 같은 경우는 흡연실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흡연구역이 많이 있지 않다. 행색이 무슨 죄지은 사람처럼 숨어서 피우는 행태가 생각할수록 별로였다. 또한 그러한 흡연부스에서 담배를 피워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연기가 자욱하고 환풍기 몇 개가 돌아가는 흡연실에서 많은 사람들이 흡연하면 내가 내 담배를 피는 건지, 모두의 담배를 공유해서 피는건지 분간이 안될정도고, 담배맛도 더럽게 없다. 이 고생을 하면서, 더러운 환경에서 담배를 꼭 피워야 하는가?

 

- 담배값이 한 번에 빅점프를 한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하루 두 갑 기준이면 5천원이던 가격이 9천원으로 거의 두배 가까이 오르게 된 것이다. 하루 한 갑만 피워도 한 달이면 15만원돈이고, 담배 사러 가면 담배만 사는가..? 커피나 음료도 하나둘 사게 되면 그 또한 지출에 한몫을 하게 되니, 두 갑 기준이면 한 달에 대략 30만원, 이 돈을 아끼면 1년에 360만원이 모이게 된다. 내 몸을 해쳐가며 그 정도 금액을 소비할 만큼 가치가 있는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갖기 충분했다.

 

- 7-8년 전쯤 연말에 금연에 대한 의지를 불태워 남은 담배 열까치를 다 부러트려 휴지통에 버려버렸다. 이삼일 지난 새해가 된 저녁쯤이었을까, 부러진 담배를 다시 이어(흡연자들은 수술이라고 한다) 피고 난 뒤, 내 모습이 처량하기도 하고, 의지박약이란 생각도 들고, 중독이 어마어마하다는 것을 다시 느끼며, 흡연을 이어가게 된다.

 

- 금연을 위한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서 피우기 시작했다. 전자담배 샵에서 한 병에 2만원에서 2만5천원 정도 하는 액상을 매번 구입하러 가는 것과 코일을 교환하는 과정 또한 귀찮아서 접근성이 좋은 연초를 병행해서 피우다 보니 이건 무슨 담배를 하루종일 달고 사는 행색이 되어버렸다. 연초를 피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전자담배를 피우고, 그 상황이 아니라면 연초를 물고, 목이 좀 아프다 싶으면 다시 전자담배를 물고 하는 악순환이 연속됐다. 여차저차해서 연초를 아예 안 피우게 되어 전자담배에만 의존하게 됐는데, 이것 또한 중독성이 강해 집에서는 아예 끊임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행태를 보이게 됐다. 연초를 피울 때 보다 오히려 끊임없이 담배를 입에 대다 보니 눈이 떠져있으면 집이 하루종일 뿌옇게 유지될 정도.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이 금연의 길로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절제하려 노력. 사실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냄새가 나건 안나건 담배를 피운다는 행위는 변함이 없어 일반 흡연자나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한몫함. 그나마 덜 해롭다는 내가 편하자고 생각하는 핑계일 뿐이었다.